창립취지문

80년대 후반, 우리 사학계에서는 학문의 과학성과 실천성을 올바르게 실현하고자 하는 소기가 하나로 모아져 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날 한국 사학계가 사회변혁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과 아울러 우리 스스로가 변혁 주체임을 자각한 바탕 위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우리 국사학과에서는 15년을 거치면서 양적으로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학문공동체라는 인식하에서 내재적 발전을 균질적으로 꾀하고, 국사학과의 주체로서 자신들을 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회전환기의 흐름에 맞추어 우리는 한국사를 과학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개별적이며 비과학적인 연구를 지양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학문의 현장성과 진보성을 토대로 하여 시대정신을 함께 호흡하기 위함입니다.
근래 우리들 사이에 학문 연구의 공동화와 성과의 보급을 목표로 활발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위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자기변혁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을 보다 능률적이고 고차원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바탕 위에서 연구자들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조직적인 단체를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위함’이 아닌 ‘함께’라는 취지로 ‘북악사학회’를 창립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너, 나가 아닌 ‘우리’라는 자세로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1988. 12. 17
북악사학회 창립준비위원 일동